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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육아 라이프

워킹맘 vs 전업맘, 어느 쪽도 쉽지 않다.

by 엘레강스 워킹맘 2021.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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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와 함께하는 순간이 제일 소중해!

아이를 일 년 넘게 키우고 복직한 뒤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한 시기가 있었어요.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워킹맘으로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면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질 때가 많았어요. 주중에 일한다고 주말에 온전히 쉬는 것도 아니죠. 엄마니까 주중이고 주말이고 한가한 시간은 없죠. 맞아요. 엄마는 늘 바빠요. 겨우 남는 체력으로 주말에 아이와 놀아줄 때면 번아웃되면서 과연 이 길이 맞나 수없이 되뇌며 고민한 시간이 있었어요. 육아 5년 차에 들어선 저는 어느 것을 가지면 잃는 게 있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워킹맘이든 전업 주부이든 어느 쪽이든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워킹맘이 누리는 것과 고민하는 것

2018년 1년 3개월에 걸친 육아복직을 끝낸 뒤 처음 출근한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모처럼 화장하고 정장 옷을 입고 집을 나섰는데 바깥공기가 이렇게 상쾌한 줄 몰랐어요. 내 존재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육아휴직 후 일을 해보니 일이 육아보다 훨씬 쉬웠어요. 말이 안 통하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에 비해 어른을 상대로 일하는 게 상대적으로 쉬웠네요. 게다가 일하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이잖아요. 

 

일하면서 사람답게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이라도 할 수 있는 게 꿀맛이었어요. 아이가 어릴 땐 육아하는 엄마가 제대로 된 식사, 차 한잔을 여유롭게 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첫째가 5살이 된 지금은 아이가 신생아, 돌쟁이였을 때보다 엄마가 많은 것을 누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킹맘이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종일 엄마 없이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정서를 많이 걱정하게 됩니다. 워킹맘은 일하는 시간만큼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데 그 시간에 어린이집에 있고 시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9개월에 어린이집에 입소한 첫째는 14개월이 될 때까지 5개월간 등원할 때마다 울며 전쟁을 치렀어요. 이런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고 출근하는 엄마의 마음은 정말 아팠어요. 

 

그런데 그 시기를 잘 지나니 한결 수월해졌어요. 아이는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했고 친구들과 재밌는 시간을 보냈어요. 큰 효도를 한 셈이죠. 만약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계속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워킹맘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부모의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도 많이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혹시나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하는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워킹맘의 하루는 매일 치열합니다. 퇴근 후에도 다시 육아 출근을 해야 합니다. 얼마나 피곤한 삶인가요. 종일 직장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쏟은 워킹맘은 종일 부모를 애타게 기다린 아이를 재울 때까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합니다. 부모가 보고 싶었던 아이는 도무지 잘 생각이 없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잤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딸이 그랬습니다.  엄마, 아빠랑 놀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충만합니다. 아이의 마음도 너무 이해됩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이미 육체적·정서적으로 방전됐습니다. 그 몸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를 씻겨야 하며 놀아줘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빨리 재울수록 육아 퇴근이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 부모의 육체적·정신적 상태는 바닥을 칩니다. 부모도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그러나 아이를 재우고 시간이 생기면 집안일(남편과 같이 해야 한다)과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개인 시간을 갖기 쉽지 않죠. 워킹맘은 일하면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 대신 늘 바쁘고 정신없습니다. 제대로 쉴 틈도 없어요. 

 

워킹맘은 이렇게 힘든 대가를 치르는 대신 경제적 어려움을 덜 겪는다는 보상을 받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이를 위해 통 큰 소비를 할 수 있고 자신을 위해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대출 빚이 있다면 외벌이보다 빠른 속도로 갚을 수 있습니다. 

 

전업 주부가 누리는 것과 고민하는 것

엄마랑 있을 때 나오는 딸의 행복한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전업 주부의 삶도 분주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어린이집에 잘 다닌다면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엄마의 시간이 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도 전업 주부의 할 일은 많아요. 청소 빨래 설거지 식사 준비 등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아이 없는 시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를 하원 시킬 시간이 다가옵니다. 

 

엄마의 손길이 닿은 집은 한결 깨끗해지고 정돈돼 있습니다. 집안일이란 그렇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티가 확 나는데 열심히 해도 손에 쥐어진 게 없는 것 같은 허무함이 있습니다. 제가 그랬어요. 육아휴직을 할 때 돌이 안된 아이를 종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했는데요. 사람들이 육아가 힘들다고 하면서도 나를 노는 사람으로 치부한 것에 많이 화가 났어요. 집안일과 육아는 가정을 세우는 너무 중요한 일이지만 티가 나지 않는 단점이 있어요. 감안해야 합니다.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으니 경제적 어려움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해요. 외벌이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죠. 빚이 있다면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외벌이를 하는 가정의 경우, 이 생활도 익숙해진다고 해요.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고 절약하는 생활이 습관화되면 남편 월급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빚을 갚거나 저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전업맘들로부터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돌보면서 내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한창 손이 가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신의 경력이 단절되는데 어느 순간 사회에 나가는 게 무섭다고 합니다. 집에서만 있는 삶에 익숙해진 것이죠. 경제 활동을 하는 남편만 바라보는 자신의 상황이 어쩔 땐 싫다고 하네요. 

 

전업맘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전업맘의 자녀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는 것 같아요. 어린이집,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엄마가 있다는 안정감과 포근함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첫째가 네 살 때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나도 어린이집에 와서 ‘다녀왔습니다’ 했을 때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어.” 이 말을 듣고 어찌나 가슴이 아팠던지... 아이는 엄마가 없는 텅 빈 집이 싫었던 것입니다. 

 

전업맘들은 각종 육아, 교육 정보에 빠삭합니다. 워킹맘들은 일하느라 바빠서 동네 엄마들과 교류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맘카페, 지인을 통해 육아 정보를 동냥해야 하는 사정이죠. 전업맘들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 뒤 자녀 또래가 비슷한 엄마들과 차 한잔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요. 이 자리에서 어린이집, 육아 등의 대화를 나누며 많은 정보가 오고 가요. 아무리 맘 카페, 인터넷 등에서 정보를 찾는다 할지라도 엄마들끼리 교류하며 듣는 정보가 정확하고 실질적이며 유익할 수 있어요.

 

일과 육아의 조화로운 삶이 이상적

워킹맘, 전업맘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아요. 딸을 키우면서 일과 육아, 가사를 조화롭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일에 너무 치인 워킹맘의 경우 삶이 팍팍하고, 전문직이라면 더욱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리어를 포기하기도 힘들지만 엄마의 삶도 포기하기 힘든 게 현실이죠. 전업맘의 경우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각오해야 합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아이가 10살 미만의 경우 엄마의 근로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아이도 돌보고 자신도 일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난제는 이런 일을 한국 사회에서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죠. 이 문제를 잘 풀어주면 우리나라가 저출산 오명에서 벗어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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