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레강스 워킹맘입니다.
저는 둘째 쌍둥이를 임신한 12주차 엄마입니다. 입덧 지옥을 지나고 이제야 좀 살만해진 저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합니다. 늦은 나이에 임신에 도전한 제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 격려와 용기, 도전이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둘째 임신에 도전한 이유
첫째 아이가 두돌이 지난 2019년부터 둘째 고민을 하게 됐어요. 2017년부터 1년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쓰고 이듬해 복귀한 저는 그야말로 애 키우고 일하는 바쁜 워킹맘이었죠. 하루에 한 시간도 제 시간이 없었던 터라 둘째 생각은 언감생심이었죠. 너무 힘들 땐 도대체 내가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엄마의 역할도 잘 못하는, 둘 다 어쩡정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육아에 있어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독박 육아보다 낫다는 생각은 늘 했죠. 적어도 일하는 순간만큼은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둘째 고민은 첫째 아이 때문에 시작됐어요.
올해 한국나이로 5살인 큰딸은 어릴 때부터 순한 성격이었지만 잠시도 혼자 노는 법이 없었죠. 혼자 노는 시간이 10분 이상 넘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퇴근 후 신랑이랑 돌아가며 딸과 쉬지 않고 놀아주는 게 정말 지칠 대로 지쳤어요. 어린이집에서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온 딸은 도통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어요. 체력이 받쳐주기도 했고 종일 떨어져 지낸 부모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것이죠. 저는 매일 지친 생활을 보내다 "이렇게 고생하느니 차라리 둘째를 낳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남편은 임신부터 출산까지 엄마가 고생하다 보니 둘째 출산은 엄마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둘째 이야기를 꺼내니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어요. 물론 그전까지 둘째 낳자는 이야기는 조금도 없었죠.
어린이집 원장님과 상담해보니 딸은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동생들도 잘 챙기는 모범생이었어요. 사회성이 좋은 아이였죠. 원장님은 딸에게 동생이 생기면 동생을 잘 챙겨주고, 둘이 함께 노는 시간이 많은 것이라고 위로해주셨어요. 큰 아이의 육아에 지칠 대로 지치며 인간의 한계를 느낀 우리 부부는 그때부터 조금씩 둘째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외동은 평생 외로울 수도 있다
그때까지 주변분들도 둘째를 계속 독려하셨고요.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게 너무 싫었는데 그분들의 조언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중에 큰일을 치를 때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저는 서른이 넘어 큰일을 치러봤는데 그 말이 맞다는 걸 알았거든요. 남동생이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큰 고난을 이겨냈는데 만약 형제자매가 없다면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어르신들의 말은 맞았어요.
또래, 동네 엄마들, 나이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외동은 평생 외롭다는 결론을 하게 됐죠. 특히 사고로 형제자매를 잃은 또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결혼해도 남편이 어쩔 땐 남의 편이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의지하고 싶은 형제자매가 없어 힘들다"는 것입니다. 친정 부모님이 아프실 때도 외동으로 혼자 짊어져야 할 무게가 크다는 것도 알았어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상의할 대상이 없다는 게 참 슬프다고 하고요. 아무리 친한 친구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죠. 성인 남성도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에 좀 의아했죠.
물론 외동이라도 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에요. 혼자인 게 익숙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씩씩하게 지내는 분들도 많아요. 외동 자녀를 기른 나이 드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부모님 또래) 일하느라 힘들어서 둘째를 못 낳았는데 평생 외로워하는 자녀를 보며 평생 후회하신다고 합니다.
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저는 둘째 안 낳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더라고요.
"둘째가 두돌이 지나면 큰아이와 노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주지 않을까. 적어도 설거지할 시간만큼이라도 주지 않을까." 저는 그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의 성향은 혼자 절대로 노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2019년 가졌던 생각은 맞았어요. 큰딸은 2021년 다섯 살이 됐는데도 24시간 매 순간 놀아달라고 보챕니다. 오 마이 갓!
둘째 임신 전에 관절염부터 고쳐야 하는 과제
그때부터 둘째 생각을 어렴풋이 가졌지만 문제는 제 몸의 컨디션이었어요. 매일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하는 저는 첫째를 품었을 때부터 관절염에 시달렸거든요. 임신 7개월부터 동네 정형외과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어요. 양쪽 손목에 아대를 늘 차고 있어야 할 정도로 손목이 시큰시큰거렸죠. 다시 생각해도 끔찍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은 아대를 찬 임신부를 보며 안타까워하셨죠. 직업병이었는데 막달이 다 돼서는 양쪽 무릎까지 시큰거려서 도저히 자연분만도 할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담당 의사가 자연분만을 권하지도 않았고요. 물론 아이가 40주가 됐는데도 전혀 내려올 생각이 없었지만요. 유도분만을 해도 진통이 걸리지 않았던 저는 큰 고민 없이 그렇게 제왕절개를 했죠.
조리원 퇴소 전에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내가 홀로 신생아를 돌볼 수 있을까. 아이를 안고 똥 기저귀를 갈아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펑펑 울었죠. 관절염은 저를 3년간 괴롭혔어요. 둘째를 임신하려면 제 관절염부터 치료해야했어요. 큰 고비를 넘겨야 했죠.
3년 동안 동네 병원 중 안가본 적이 없을 정도로 병원 투어를 했습니다. 정형외과도 여러 군데 다녔고요. 정형외과에서는 충격파, 파라핀 치료, 물리치료 등을 했고 한의원에서는 한약을 짓고 침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어요. 통증의학과에 가서 충격파 치료를 받았는데 이마저도 큰 효과가 없어서 염증 주사를 맞았습니다. 뼈에 주사를 맞는 것으로 꽤나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맞기 싫을 정도네요. 그런데도 낫질 않아 동네에서 응급실이 갖춰진 병원의 정형외과 외래를 다녔고 여기서 의사 소견서를 받아 종합병원 류마티스과에 다녔어요.
종합병원에 다녀서 관절염이 나았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 손가락 부위에 염증 수치는 매우 높았는데 나머지 부분은 정상으로 나왔어요. 이것도 일종의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고 하더군요. 병원에서 처방받은 관절염 약은 꽤 독한 약이어서 장기 복용을 하면 몸에 안 좋다고 했습니다. 약을 먹으면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되기도 했는데 일시적일 뿐 약발이 떨어지면 또다시 통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때 마음이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몰라요. 3년간 여기저기 병원 다니느라 몸과 마음은 지쳤고 돈도 이래저래 많이 썼지요.
제 상태를 잘 아는 친한 친구가 고급 영양제를 먹어보라고 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영양제를 먹었어요. 미국 제약회사에서 만든 메나테크인데 이 회사 제품으로 염증을 빼는 프로그램을 받았죠. 한 달 반 가까이 염증 빼는 다양한 약을 먹었고요. 당장 증세가 호전되길 간절히 기대했지만 그런 기적은 생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 달 즈음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3년간 시달린 손가락 통증이 갑자기 사라지는 기적이 생겼네요!!!
평소 아프던 질병이 사라지니 둘째 임신에 자신감을 갖고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사람은 역시 건강이 최고입니다. 몸이 건강해야 건설적인 꿈도 꾸게 되고 행동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둘째를 낳기 위해 간절히 준비하다 보니 첫째 아이를 낳고 그동안 통증에 시달린 손가락 관절염까지 고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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