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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과 육아 라이프

제왕절개 수술 후폭풍... 고통스러운 시간 잘 견디다

by 엘레강스 워킹맘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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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제왕절개 수술 후기 2)

우리나라 병원 음식은 너무 맛있네요. 금식후라 더욱 꿀맛이었네요. 지인에게 받은 수유부 간식 박스는 너무 유용했어요.

*수술 2일째: 미음 식사, 쌍둥이와 첫 상봉

-아침부터 간호사가 가스 배출 여부를 물었지만 어제부터 간절히 기다리던 가스는 나오지 않았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스가 나오게 하는 약을 투입했습니다. 가스 배출로 점심부터 처음 미음을 먹었는데 거의 금식을 3일간 한 셈이라 미음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릅니다. 먹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아직 미음 외에는 어느 것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네요.

 

-이 와중에 남편 지인이 병원까지 찾아와 선물을 전해줬어요. 다름 아닌 맛있고 비싸기로 유명한 한스 케이크였어요. 저는 케이크 사진만 찍고 이것을 먹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케이크는 출산한 여성이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 중 하나였어요. 케이크 크림이 모유수유를 방해한다고 합니다. 케이크를 먹고 젖몸살이 와서 수유를 잘하지 못하고 고생했다는 글을 봤더니 평소 제가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졌네요. 그래서 밤낮으로 환자들을 돌보느라 수고하는 간호사분들에게 선물로 드렸습니다.

 

-어제보단 거동이 나아져서 쌍둥이를 보러 갔습니다. 쌍둥이를 출산하고 만 이틀 만에 상봉했네요. 남편이 쌍둥이를 찍은 사진으로 본 것과 첫 대면했을 때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아직 2kg대 아이들이라 인형처럼 너무 작고 귀여웠네요. 쌍둥이를 처음 대면했을 때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35주간 내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을 수없이 상상했는데요. 사람들이 첫째는 아빠, 둘째는 엄마를 닮은 것 같다고 하네요. 둘의 모습이 비슷하면서 다른 미묘한 개성을 띠고 있었어요.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 평생 지켜주고 싶습니다.

 

-점심부터 미음을 먹고 저녁과 야식으로도 미음을 먹었네요. 빨리 일반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수술 3일째: 일반 식사 시작, 배 통증은 여전

-드디어 미음이 아닌 일반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선물 받은 수유부 간식을 먹었어요. 달달한 게 너무 먹고 싶어서 케이크 대신 우리나라 음식인 양갱이를 먹었는데 맛있어서 두 개나 먹었네요. 몸에 좋은 것으로 구성된 수유부를 위한 간식 박스가 생각보다 실용적이었어요.

 

-남편과 복도를 걸으며 운동했지만 여전히 많이 힘듭니다. 조금 걷다가 쉬는 것을 반복했네요. 침대에 누워있는 게 가장 편하다 보니 누워서 티비보는 시간이 길었네요. 며칠 지났지만 배 통증은 여전합니다. 운동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복도를 걸었는데 아직도 힘에 많이 부치네요. 복도에서 남편과 걷는 산모들이 있었는데요. 저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부러웠어요.

 

-병원은 코로나 때문에 모유수유를 금지시켰어요. 원래 아이를 낳고 바로 모유수유를 하면 가슴이 딱딱하지 않은데 며칠 안 하다 보니 가슴이 뭉치기 시작했어요.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모유가 아직 한두 방울 나오는 수준이라며 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오후부터 가슴이 더 뭉쳐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 유축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슴이 딱딱해지고 부풀어 오르니 도저히 참기 힘들더라고요. 젖몸살 징조인데요. 미열이 나고 가슴에도 열이 나서 얼음팩을 가슴 위에 올려놨습니다. 배도 아픈데 가슴까지 아프니 침대에서 양옆으로 자세를 틀지도 못하고 일자로 누워 있어야만 했어요. 눈물이 났습니다. 젖몸살로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경험해보니 이건 경험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 정도로 너무 아팠네요. 몇 년 전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더 나서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몇 년간 가슴에 암 덩어리가 있었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저는 모유수유를 제 때 못한 것으로 인한 통증인데 암 때문에 생긴 통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생각을 하니 더 괴롭더라고요.

 

-이날 새벽에는 가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네요. 양쪽 가슴 위로 얼음팩을 했는데 어찌나 차갑던지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얼음팩을 빼면 미열이 나고 얼음팩을 하고 있자니 몸이 춥고... 이래저래 잠을 못 잤습니다. 코로나 핑계로 산모들에게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병원이 너무 몸을 사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수술 4일째: 초음파 검사 및 수술부위 소독

-의사 선생님이 자궁 안을 초음파로 보고 수술 부위를 소독해주셨어요. 자궁 안이 깨끗하고 오로도 잘 빠졌다고 하시네요. 수술 부위를 보시더니 수술도 잘 되었다고 하셨어요. 수술이 잘 됐다니 다행입니다. 소독하는 게 별로 아프지 않았어요.

 

-이제 하루만 더 있으면 병원을 퇴원하고 산모들의 천국 생활이 보장되는 조리원에 가게 됩니다. 병원보다 더 편할텐데 빨리 퇴원하고 몸을 회복하고 싶네요.

 

-복도를 몇 번 걷는 연습을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티브이를 봤습니다. tvN의 ‘꽃보다 청춘’ 편에서 배우 조정석 등 4명이 아이슬란드에 가는 편을 봤는데요. 아이슬란드 관광의 꽃은 바로 ‘오로라’인데요. 배우들이 오로라를 보며 감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딴 세상 이야기 같았어요. 티브이 화면으로 보는 오로라를 보며 대리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출산 후 병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흘러가네요.

 

*수술 5일째: 실밥 제거, 드디어 퇴원

-아침부터 분주합니다. 5박 6일간 머물렀던 병실을 정리하고 퇴원하는 날입니다. 짐을 쌌더니 시간이 금방 가네요. 마지막으로 외래 진료를 봤는데 따가울 것으로 예상했던 실밥 제거는 생각보다 참을 만했습니다..

 

-병원비를 계산해보니 대략 160여만원이 나왔네요. 1인실 병실에 제왕절개 수술비, 영양제, 진통제, 쌍둥이 분유 및 관리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에요. 추가 비용(50만원, 혹은 80만원)을 내면 신생아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는데 며칠간 고민한 끝에 과감하게 안 하기로 했습니다. 첫째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태어난 후 유전자 검사도 받았고 제대혈도 신청했는데 이번엔 모두 안 하기로 했어요. 유전자 검사는 이미 뱃속에 있을 때도 했는데 굳이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비용 부담도 있었네요.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5박 6일간 떨어졌던 큰 아이가 시부모님과 병원에 왔습니다. 큰 아이가 “엄마”라며 말하며 저에게 달려온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엄마랑 떨어져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딸을 힘껏 안아줬는데 저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났네요. 수술 부위가 아팠던 것이죠. 시부모님은 여전히 아파서 골골대는 제 모습을 보시고 안타까워하셨네요. 약국에서 필요한 진통제 등 상비약을 사고 5박 6일 동안 있었던 병원을 뒤로 한채 조리원으로 향했습니다. 출산 후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출산 고통조차도 좋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기려 합니다. 그래도 아기 낳은 것은 제 일생에 가장 잘한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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